카카오 엔터프라이즈에서 인턴을 시작하고 3개월간의 생각들

기간을 연장하여 3개월 더 하지만 원래라면 인턴이 끝나는 날입니다. 인턴의 절반동안의 제 생각들을 글로 적어봅니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자

지금은 제가 하고 있는 task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팔로우업(follow-up) 해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몇몇 분들이 제 업무를 관심있게 봐주십니다.

그렇게 이 팀에 속해있으면서 인턴으로 끝내는게 아닌 이 회사에 남아있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1. 업무에 대한 보고가 분명하다.
    • 결과, 향후 방향이 명확합니다.
    • 본인의 일들에 대해 전체적인 흐름을 알고 있습니다.
    • 글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정말 깔끔합니다.
  2. 도메인 지식이 많다.
    • 지식도 리더십이라는 말을 많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 도메인 지식은 더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고, 회의가 더 풍성해집니다. (혼자만 이해못하는…)
    • 대학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좀 더 짙어지고 있습니다.
  3. 상대방을 존중한다.
    • 수평적인 사내 문화의 영향도 있겠지만, 정말 수평적으로 대해주십니다.
    • 지적, 잔소리가 아닌 도움이 되는 조언을 많이 듣습니다.
    • 사내에서 커피를 마실 일이 많은데,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보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생깁니다.

결론적으로 따뜻한 회사, 따뜻한 팀에 속해있습니다.

저도 함께 일하고 싶어지는 개발자이자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냥 목표입니다.

역량을 파악하자

아는만큼 배운다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턴을 시작해서 아쉽습니다.

딥러닝을 공부 안한 것도 그동안 개발을 안한 것도 아니지만 확실히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들어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부족했습니다.

  1. 지식이 전무한 도메인(audio)
    • audio 분야를 해보고 싶어서 들어왔는데 아무도 이끌어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 모두가 바빠서 협업하지 않는 한 물어볼 사람이 없는 인턴 (미리 공부해갈걸)
  2. 구현
    • 기존에는 ML만 하다가 갑자기 DL개발을 하자니 막막했습니다.
    • 이론과 아이디어들만 알고, DL의 디테일한 구현은 모르는 헛똑똑 개발자
  3. 집중력 부족
    • 매일 카페에서 편하게 제멋대로 공부하다가 갑자기 자리가 고정되니 답답

그야말로 역량부족 그 자체 였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늘리고 싶어서 인턴을 시작했기에 예상은 했습니다. 하지만 역량부족과 함께 본인의 역량 파악을 하지 못하는 것도 또 하나의 독이었습니다.

3개월간의 기간동안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1개월 후에는 얼마나 일할 수 있을까, 적어도 다음주까지는 얼만큼 일할 수 있을까.

위의 질문에 어떠한 것도 예측되지 않고, 계획이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일이 시작되고는 시간을 허비하거나, 의미없이 overwork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어느정도 도메인 지식도 조금씩 익히고 있고, 구현도 이제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고,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적응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긴 합니다.

시간 대비 할 수 있는 일의 양과 난이도를 파악하는 연습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뽀모도로 기법을 시작해볼 예정입니다. 새내기 시절 시도하다 PS(알고리즘 문제풀이)와는 너무 맞지 않는 방법이라 포기했는데, 이제 시도해볼 수 있겠습니다.

역량이 어느 정도 파악되면 좀 더 디테일하게 계획들을 세우는 연습해야겠습니다.

시간을 관리해서 쓰는 책, 해야하는 강의들도 여유롭게 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느려도 힘들게 연습하자

역량을 늘리기 위한 연장선입니다.

제가 알고리즘을 4년간 4000문제를 풀어도 실력이 그만큼 늘지 않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하기 싫은 공부를 피했고, 해야했던 연습들을 피했기 때문입니다. 알고리즘을 시작할 때의 목표는 대회의 수상이 아닌 재미였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연습의 중요성을 몰랐습니다.

이전에 알고리즘 공부글에도 말했지만,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합니다. 하고 있는 일(공부) 중 재미있는 분야를 먼저 찾아야겠지만, 재미를 찾았다면 다음 과정은 불편하고 힘든 연습입니다.

못하니까 힘들고, 못하는 건 약점이며, 결국에는 극복해야할 일들입니다.

모든 연습과 과정이 즐겁다면 덕업일치인 축복이고, 하기 싫은 공부도 쉽다면 그건 재능입니다. 하지만 저와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사람은 적성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직업을 가지지 않고, 0.01%의 재능은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완벽한 실천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논문도 대략적인 개념만 알고 넘어가고, 모르는 문장이 있으면 대충 번역기를 돌리고 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논문을 디테일하게 영어로 읽기 위해 노력하고, 모델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 손으로 계속 그리고 써보고 있습니다. 불편하고 속도는 안나지만, 연습하다보면 익숙해질거라 믿습니다. (이렇게 vim도 연습해야하는데…)

개발자에게 힘든 연습은 넘치고 넘칩니다. 다 이겨내봅시다.

번아웃을 이겨낼 수 있는 길을 만들자

저만 그럴수도 있지만 딥러닝 모델을 돌리고 있으면 주기적으로 번아웃이 찾아옵니다. 성공할지 모르는 모델을 돌리고, 결과를 확인하고, 이상한걸 파악하고, 다시 돌리고…

힘든 일은 GPU가 해주지만 평소보다 뇌가 훨씬 지칩니다. 그리고 요새는 하고 싶은 공부는 많은데 원하는대로 잘 안되서 더 빨리 지치는 편입니다.

학생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번아웃이나 개인적인 사정 등 이유 무관하고 일은 해야한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번아웃도, 건강도, 마인드컨트롤도 제가 감당해야하는 일입니다.

최근에는 매일 산책합니다. 판교에서 야탑까지 걸어서 퇴근하고, 퇴근 후에 좀 더 탄천을 걸으며 뇌를 비웁니다. 하루에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 반정도 느리게 걷습니다.

아직은 여러가지로 고민이 많아 매일 걸어도 여전히 답답하긴 하지만 꽤 도움이 됩니다.

퇴근하고 카페에서 다른 일을 하고는 했는데 최대한 그런 과정을 줄이고 있습니다. 일과 휴식을 분리해야 뇌를 refresh하고 다시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회사 외의 일들이 있지만, 이는 최대한 주말을 활용하고자 합니다. 물론 해야하는 일들은 조금씩 해야겠지만요 :)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

확실히 하루종일 앉아서 노트북과 화면을 보는 일을 반복하다보니 이전보다 목이 많이 뻐근합니다. 개발만 하기에는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종종 느낍니다.

회사 업무 + 강의 준비 등을 병행할 때는 약 일주일정도 아팠던 시기가 있는데, 좀 어리석었습니다. 오히려 그 달에는 남은 업무 시간을 채우기 위해 매일 초과 근무를 했더니 배로 고생했습니다.

그리고 2년 정도 운동량이 거의 0에 수렴하다보니 거울 속 제 모습이 너무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벌써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요새는 위의 내용처럼 산책이라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집에서 간단하게 홈 트레이닝 중인데, 얼른 코로나가 끝나고 헬스장이나 다른 운동을 배우고 싶습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항상 몸을 건강하게 유지합시다!

경제관념을 쌓자

돈으로는 행복을 살 수 없지만 자전거에 앉아서 우는것 보다 벤츠에 앉아서 우는게 더 행복하다

돈을 목표로 살고 싶지는 않지만 돈은 참 소중합니다. 돈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는 여러 순간이 있습니다.

  1. 일반적인 월급으로 차곡차곡 모아서는 안될거라는 암울한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 한 10+@년 숨만 쉬고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는 현실
    • 차도 사고, 결혼도 하고, 애도 키우려면…
    • 물론 열심히 강의도 다니고, 이것저것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은 합니다. 물론 건강과 등가교환…
  2.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다.
    • 제 성장보다 시간이 더 빠른 것을 체감합니다.
    • 사회에서 혼자 살아남기 위해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3. 사고 싶은 걸 사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건 행복이자 삶의 균형
    • 더 일과 목표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그 외의 부분에서 여유가 중요하다.
    •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행복하기 전까지의 준비는 할 수 있습니다.

귀찮지만 시간이 있을 때 미리미리 준비해야겠습니다. 결국 이것도 공부해야하는 데, 누가 지식을 제 머릿속에 주사라도 놓아줬으면 합니다.

마치며

글에서 다 쓰지 못했지만 최고의 워라밸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다른 회사가면 어떻게 일하지 싶을 정도로 좋습니다.

쓰다보니 당연한 말들만 나열한 것 같습니다. 특출난 개발자가 아닌 기본은 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은데 그게 어렵습니다.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생각 및 고민들을 하고 있는데, 아직 생각들이 충분히 익지 못해 주제들만 적어봅니다. 언젠가는 관련 내용도 글로 쓰겠죠?

  • 행복한 삶과 성공한 삶
  • 적절한 인간관계
  • 개발과 사업 : 기술과 이상적인 서비스
  • 대학원 진학 여부와 전공
  • 병역

앞으로 인턴은 3개월 남았습니다. 3개월동안 또 재미있게 일해봅시다. :)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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